근관치료를 언제 마무리해야 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을 안 해 본 치과의사는 없을 것입니다. 치료를 하다 보면 명확한 기준이 있지 않은 경우들이 가장 어렵게 느껴집니다. 근관 충전 또한 이러한 단계 중의 하나입니다. 이번 글에서는 근관 충전을 언제 해야 하는지 고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근관 충전을 언제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
우선 기본적으로는 통증의 여부가 근관 충전 시점의 기준이 될 수 있습니다. 근관 치료를 하는 도중에는 충분히 통증이 있을 수 있고, 환자들에게도 치료 후에 통증이 있을 경우 약을 드시라며 처방을 해주곤 합니다. 그러나 근관 충전 이후에도 통증이 있다고 하거나 불편감이 남아있다고 하면 마음이 편하지가 않습니다. 따라서 치과의사들은 환자가 더 이상 통증을 느끼지 않는다고 판단될 때까지 근관 충전을 미루는 경우들이 생깁니다. 그러나 통증이나 불편감을 충전의 기준으로 삼게 되면, 환자가 매우 예민한 반응을 보일 때 치료의 진행이 매우 더뎌집니다.
심지어 최근에는 one-visit 치료를 진행하는 분들도 많아졌습니다. 이것은 신경 치료 시작 첫날에 근관 형성과 확대, 세척 및 충전까지 근관치료의 모든 단계를 완료하는 방법을 말합니다. 그럼 어떤 경우에 one-visit 근관치료를 할 수 있을지 또한 고민이 될 것입니다. 그리고 하루만에 치료를 완료했기 때문에 통증이 생긴다면 이것이 단순히 근관 충전 이후에 생기는 예민함인지 아니면 치료가 부족했던 것인지 구분하기가 쉽지 않습니다.
근관 충전 시기 판단의 객관적인 기준
일반적으로 근관 충전을 언제 할 것인지 판단할 때 사용되는 기준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첫째, 근관 내부에 출혈이 발생하지 않아야 합니다. 근관에서 출혈이 발생하는 이유는 두 가지입니다. 치수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고 남아있거나, 치근단이 뚫린 경우입니다. 이 두 가지 경우를 구분하기 위해서는 근관장 측정이 필요합니다. 그리고 paper point를 근관 내부에 적용하여 꺼냈을 때 paper point의 끝부분에만 출혈이 묻어 나오는 경우면 치근단공이 뚫린 것으로 판단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근관 충전 시에 over 되지 않게 주의하면 됩니다. 반면 paper point의 상당 부분에 출혈이 있을 경우 아직 치수 제거가 덜 되었다는 뜻입니다. 따라서 이 경우 근관장이 확실하다면, 근관확대와 소독을 더 진행하면 됩니다. 이런 경우 확대 과정을 한 번 더 했기 때문에 근관 충전을 다음 내원으로 미루기도 합니다.
둘째, 근관에서 삼출물(pus)이 나오지 않아야 하고, 근관에서 악취가 나지 않아야 합니다. 치근단병소가 큰 경우에는 paper point에 삼출물이 묻어 나오기도 합니다. 이런 경우 근관 소독을 더 진행하고, chlorohexidine과 calcium hydroxide를 적용하면 됩니다. 만약 paper point에서 냄새가 나지 않는다면 paper point를 정확한 근관장 길이까지 넣어보아, 근관 내부가 잠시 동안만이라도 pus가 나오지 않고 건조된 상태로 유지될 수 있는지 판단해야 합니다. 만약에 건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마찬가지로 소독을 더 진행한 뒤 calcium hydroxide를 첨약하고 다음 내원 시에 충전에 대한 평가를 다시 해야 합니다.
셋째, 근관에서 누공이 없어졌거나 없어지는 과정 중이어야 합니다. 치료를 통해 박테리아의 숫자가 줄어들면 누공은 점점 줄어들게 됩니다. 따라서 완전히 healing 된 것은 아니더라도 나아지는 모습을 보인다면 충전을 시행할 수 있습니다. 여기까지 세 가지 기준은 객관적이기 때문에 비교적 술자가 판단하기 쉬운 기준입니다.
근관 충전 시기 판단의 주관적인 기준
그러나 여기에 추가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판단 기준은 주관적이기 때문에 그 정도를 판단하기도 어렵고, 정확도도 애매합니다. 첫째, 치아가 타진(percussion)에 반응하지 않아야 합니다. 타진에 반응하지 않는다는 것은 근관 외부에 자극을 주지 않고, 치수와 박테리아의 제거를 완료했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그러나 치료를 진행하다 보면,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음에도 타진 반응을 보이는 환자들이 많습니다. 또 한 번은 충전을 미룬다고 하더라도 이후 여러 번의 내원 동안에도 계속적인 타진 반응을 보이는 환자들도 있습니다.
둘째, 환자가 통증이나 불편감을 호소하지 않아야 합니다. 타진반응과 마찬가지로 환자의 주관적인 반응을 보는 것이기 때문에 충전 시기에 적절한지 판단하는 요소로 쓰기가 쉽지 않습니다.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고 그에 맞추어 진료를 하는 것도 중요합니다. 술자 역시도 당연히 환자의 모든 불편감이 사라진 뒤에 치료를 진행하고 싶어합니다. 하지만 환자에게 모든 결정을 맡기는 것 또한 경계해야 합니다. 위의 두 가지 기준은 판단이 상당히 어렵기 때문에 판단에 참고하는 용도로는 사용할 수 있으나, 판단의 기준으로는 사용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근관 충전 시기의 결정
다시 한 번 본질로 돌아가 봅시다. 근관 충전의 목적은 치수의 제거와 박테리아의 최소화에 있습니다. 따라서 충전을 할 때 역시도 박테리아가 최소화된 상태여야 합니다. 근관 충전 시기를 판단함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기준은 충전 시점에 근관이 가장 깨끗한 상태인가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근관확대 및 소독이 충분히 진행되었고, 더 이상의 확대나 소독은 필요하지 않다면 충전을 진행하면 됩니다. 위에서 언급했던 출혈이나 삼출물, 누공 및 악취는 없어진 상태여야 합니다. 하지만 타진이나 통증, 불편감은 근관이 깨끗한 상태인지를 알려주는 지표가 될 수 없습니다. 근관 내 치수를 가능한 많이 제거하였고, 박테리아 또한 최소화된 상태라고 판단이 된다면 주저 말고 충전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저도 이러한 기준을 사용한 후에는 근관 충전 시기에 대한 고민을 많이 줄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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