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과에 찾아오는 환자분들 중에 잇몸에 고름이 생겨서 오는 분들이 꽤나 많습니다. 혹은 고름이 아직 나오지 않더라도 고름주머니가 빵빵하게 찬 상태로 내원하기도 합니다. 이럴 때 치과의사들이 해야 하는 것은 절개 및 배농입니다. 고름을 빼주지 않으면 고름이 점차 늘어나 압력이 더 세지고, 통증은 더 심해집니다. 이번 글에서는 이렇게 농양이 생겼을 때 어떤 방식으로 절개해야 하는지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1. 농양의 절개 목적 및 위치 선정
농양을 절개할 때에는 먼저 농양 절개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생각해야합니다. 농양 절개 시 가장 중요한 것은 심미성이 아니라 충분히 배농 할 수 있게 개방을 하는 것입니다. 그리고 절개 시 신경이나 혈관, 타액선관 같은 주요 해부학적 구조물을 손상하지 않도록 해부학적 정보를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저는 처음 농양 환자를 보았을 때 절개선을 어느 위치에 둬야하는지가 가장 어려웠습니다. 보통은 절개를 하고 나면 자연스럽게 중력에 의해 농양이 흘러나올 수 있을 만한 위치에 절개선을 둡니다. 하지만 하악 소구치 부위에서는 이런 위치에 절개를 할 경우 신경이나 혈관이 지나갈 수 있으므로 주의해야 합니다.
2. 절개 및 배농
절개선의 위치를 정했다면 적절한 마취를 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실 농양의 절개는 굉장히 아픕니다. 잇몸이 많이 부어있는 데다가 농양에 의한 압력 때문에 이미 통증이 극심한 상황입니다. 또한 농양이 있으면 pH가 낮아서 마취액이 효과적이지 않습니다. 따라서 발적된 부분을 피해 농양의 주변부부터 충분히 마취를 시작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이 아플 수 있음을 환자에게 잘 설명해야 합니다.
농양을 절개할 때는 뾰족한 칼날을 가진 11번 blade나 작고 둥근 칼날의 15번 blade를 사용합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치과에는 12번 블레이드 또는 15번 블레이드만 있기 때문에 15번 blade를 사용하면 됩니다. 이 때 blade는 골면에 대해 직각이 되도록 절개해야 합니다. 사선으로 하게 되면 원하지 않는 부위까지 부분층 절개를 남기게 됩니다. 골막하 농양의 경우 blade가 골막까지 도달하게 절개해야 합니다. 그렇기 때문에 blade가 골막에 도달하는 것을 파악하기 위해 blade를 골면에 직각으로 해야 하는 것이기도 합니다. 만약 심부에 존재하는 농양이라면 절개는 점막까지만 하고 심부는 모스키토(mosquito)나 지혈 겸자(hemostat)를 사용하여 둔하게 박리합니다. 그리고 일반적으로 절개선은 치열궁과 평행하게 합니다.
3. 배농관(drain tube)의 유무
저는 일반 치과에서 일하면서 drain tube를 따로 달아준 적은 없습니다. 일반적인 경우에는 배농로를 만들어준 것만으로도 충분한 배농 효과를 볼 수 있었습니다. 만약 tube를 꽂아야 할 정도로 커다란 농양이라면 상급병원으로 의뢰하는 것이 좋습니다. 배농로를 충분히 만들고 치과에서 배농을 하는 동안에도 환자는 통증을 호소합니다. 그리고 마취가 서서히 풀리면서 더 심한 통증을 유발할 수 있습니다. 환자에게는 어쩔 수 없이 통증이 발생하고, 하루 이틀 정도는 배농 후에 오히려 그 부위가 부어오를 수 있다고 고지해야 합니다.
4. 위치별 농양의 절개 방법
첫 번째로 치은 및 치조부에 생긴 농양의 절개입니다. 이때는 blade를 가능한 골면에 직각으로 대고 절개합니다. 만약 상악에 농양이 발생한 경우 농양에 의해 불룩해진 곳의 최대풍융부보다 약간 아래쪽으로 절개해야 배농이 잘 되고, 드레인의 유지에도 좋습니다. 그리고 만약 치은 변연부에 작게 생긴 농양이라면 휘어진 칼날의 12번 blade를 이용해서 점막까지 닿지 않고 절개를 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치은 변연에서 세로 방향으로 절개를 하게 되면 치은이 퇴축되면서 치근이 노출될 가능성이 있습니다. 따라서 발치를 할 치아가 아니라면 이런 방식의 절개는 피하는 것이 좋습니다.
두 번째로 구개부(입천장)에 발생한 농양의 절개입니다. 경구개에 농양이 생긴 경우 구개동맥을 손상하지 않도록 구개 동맥과 평행하게 절개해야 합니다. 경구개 점막은 비교적 단단하고 골막과 강하게 결합되어 있어서 절개를 해도 즉시 폐쇄되고 배농 통로를 막을 수 있습니다. 따라서 농양을 넓게 개방하기 위해서는 선형이 아니라 방추형으로 절제하기도 합니다. 반면 연구개 쪽은 농양의 최대풍융부 위치에 충분한 길이만큼만 절개하면 됩니다.
세 번째로 구강저에 발생한 농양의 절개입니다. 구강저에는 중요한 해부학적 구조물들이 많습니다. 악설골근, 이설근, 이설골근 등이 존재하고 설동맥, 설신경, 타액선 도관도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절개를 점막까지만 실시하고 mosquito나 지혈 겸자 등을 사용해 둔하게 박리해서 배농을 시행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부위는 배농이 어렵기도 하고 잘못되면 설하 간극에 농양이 가득 차거나 농양이 다른 부위까지 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런 경우 약 처방 후 손대지 않고 빠르게 응급실이나 구강외과로 리퍼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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